VSME가 뭔가요?

VSME는 Voluntary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 for non-listed SMEs의 약자입니다. 한국어로 풀면 “비상장 중소기업을 위한 자발적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이에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2024년 12월 17일 공식 발표했고, 2025년 7월 30일 유럽 집행위원회가 이를 공식 권고안으로 채택했습니다.

VSME는 법적 의무인가요?

아닙니다. 이름에 “Voluntary(자발적)“가 붙어 있는 것처럼, 법적으로 제출을 강제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유럽 원청사들이 자신들의 ESG 공시 의무(CSRD)를 이행하면서 공급사에게 VSME 기반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적 강제는 아니지만, 거래를 유지하려면 응해야 하는 사실상의 필수 조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왜 지금 이 기준이 중요해졌나요?

배경을 이해하면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CSRD → 공급망 → 한국 중소 공급사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

유럽의 대기업들은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에 따라 자사의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공시 범위가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즉, 유럽 원청사가 “우리 공급사들의 ESG 데이터도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중소 제조 공급사들에게 ESG 자료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왜 VSME인가요?

기존에는 거래처마다 요청 양식이 달랐습니다. A사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요청하고, B사는 인권 정책 문서를 요청하고, C사는 30페이지짜리 설문지를 보내는 식이었어요. 공급사 입장에서는 거래처마다 따로 대응해야 했습니다.

EFRAG가 VSME를 만든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중소기업은 VSME 하나로 모든 거래처의 ESG 요청에 표준화 대응하라”**는 취지입니다.

2025년 7월 EU 집행위원회가 VSME를 공식 권고안으로 채택하면서, 은행·투자자·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ESG 데이터를 요청할 때 이 기준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VSME 구조: 기본 모듈(B1–B11) 전체 항목

VSME는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VSME
├── 기본 모듈 (Basic Module) — B1 ~ B11
│   모든 중소기업이 시작하는 기본 단계. 46개 데이터 포인트.
│
└── 심화 모듈 (Comprehensive Module) — C1 ~ C9
    거래처가 추가 정보를 요청할 때 사용. 42개 데이터 포인트.

기본 모듈(B1–B11)은 “우리 회사 ESG 현황을 숫자와 사실로 알려주세요”이고, 심화 모듈(C1–C9)은 “그 배경 전략과 계획도 설명해 주세요”입니다.

처음 VSME 요청을 받았다면 **기본 모듈(B1–B11)**부터 시작하세요.

B1

보고 기본 정보 (Basis for Preparation)

가장 먼저 작성하는 항목입니다. 회사의 기본 신원 정보를 기재합니다.

필요한 데이터

  • 법인 형태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 업종 코드 (NACE 코드 — 유럽 표준 산업 분류)
  • 연간 매출액 (유로 기준)
  • 임직원 수 (FTE 기준)
  • 주요 사업장 소재지 및 위치 좌표
  • 보유 중인 ESG 관련 인증서 목록 (ISO 14001, EcoVadis 메달 등)
실무 팁: 공시하기 민감한 정보(예: 매출액)는 “기밀 정보(classified information)“로 표시하고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B1에 생략 사실을 명시하면 됩니다.

B2

지속가능 정책·계획 유무 (Practices, Policies and Future Initiatives)

환경·사회·윤리 관련 정책이나 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합니다. Yes/No 방식이라 작성이 비교적 쉽습니다.

필요한 데이터

  • 환경 관련 정책 보유 여부
  • 노동·인권 관련 정책 보유 여부
  • 부패방지 정책 보유 여부
  • 각 정책에 수치 목표(Target)가 있는지 여부
실무 팁: 공식 정책 문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현재 정책은 없으나 수립 예정”이라고 적는 것도 허용됩니다.

B3

에너지·온실가스 배출량 (Energy and GHG Emissions)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항목입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전기·가스 청구서만 있으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데이터

  • 총 에너지 사용량 (MWh) — 전기 + 가스 + 유류 합산
  • Scope 1 온실가스 배출량 (tCO₂eq) — 자사 연료 직접 연소
  • Scope 2 온실가스 배출량 (tCO₂eq) — 구매 전력 사용
  • 온실가스 집약도 (배출량 ÷ 매출액)

Scope 1·2 계산 방법 (간단 버전)

Scope 1 (tCO₂eq) = 도시가스 사용량(Nm³) × 0.002176
                 + 경유 사용량(L) × 0.002619
                 + LPG 사용량(kg) × 0.002996

Scope 2 (tCO₂eq) = 전기 사용량(MWh) × 0.4154
(한국 전력 배출계수 2023년 기준, 산업부 고시값)

전기요금 고지서, 도시가스 청구서, 경유 구매 영수증을 모아서 연간 합산하면 됩니다.

총무팀, 시설관리팀에 연간 청구서 취합 요청

B4

오염물질 (Pollution of Air, Water and Soil)

법적으로 오염물질 보고 의무가 있거나, 환경관리시스템(ISO 14001 등)으로 관리 중인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라면 대부분 **“해당 없음(Not Applicable)“**으로 처리 가능합니다.

B5

생물다양성 (Biodiversity)

생태 민감 지역(습지, 보호구역 등) 인근에 사업장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필요한 데이터

  • 생태 민감 지역 인근 사업장 수와 면적(헥타르)
도심 산업단지에 위치한 경우 대부분 **“해당 없음”**으로 처리 가능합니다.

B6

수자원 (Water)

필요한 데이터

  • 연간 총 수자원 사용량 (세제곱미터 또는 킬로리터)
총무팀에 연간 수도 청구서 합산 요청

B7

자원 사용·폐기물 관리 (Resource Use, Circular Economy and Waste)

필요한 데이터

  • 연간 총 폐기물 발생량 (톤)
  • 재활용·소각·매립 처리 비율
  • 위험 폐기물 발생량
환경안전팀 또는 폐기물 처리 업체 계약서·영수증

B8

인력 일반 현황 (Workforce General Characteristics)

필요한 데이터

  • 총 임직원 수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 성별 비율 (남성/여성/미분류)
  • 국적별 현황 (내국인/외국인)
  • 연령대 분포 (30세 미만 / 30–50세 / 50세 이상)
인사팀(HR)에 최신 인력 현황 요청

B9

인력 안전·보건 (Workforce Health and Safety)

필요한 데이터

  • 연간 산업재해 건수 및 재해율(TRIR)
  • 연간 사망자 수
  •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근무 손실일수

TRIR 계산식

TRIR = (재해 건수 × 200,000) ÷ 연간 총 근무시간
안전보건팀 또는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신고 기록

B10

임금·단체교섭·교육훈련 (Remuneration, Collective Bargaining and Training)

필요한 데이터

  • 최저임금 준수 여부 (Yes/No)
  • 단체교섭 협약 적용 임직원 비율 (%)
  • 연간 1인당 평균 교육 시간
인사팀(HR)

B11

부패·뇌물 관련 유죄 판결 (Convictions and Fines for Corruption and Bribery)

필요한 데이터

  • 최근 3년간 부패·뇌물 관련 유죄 판결 또는 벌금 이력
유죄 판결이 없다면 **“없음”**으로 작성하면 됩니다.

심화 모듈(C1–C9) 간략 소개

기본 모듈을 완성한 후, 거래처가 추가 정보를 요청할 때 사용합니다. 처음 VSME 대응이라면 기본 모듈부터 완성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코드항목
C1비즈니스 모델과 지속가능성 전략
C2B2에서 체크한 정책·계획의 상세 설명
C3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기후 전환 계획
C4기후 관련 리스크
C5추가 인력 현황 (비정규직, 계약직 상세)
C6인권 정책 및 프로세스
C7공급망 내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
C8특정 활동 매출 및 EU 벤치마크 제외 여부
C9성별 다양성 (이사회·경영진 성비)

실무자가 VSME 요청에 대응하는 방법 (5단계)

1

거래처 요청 내용 정확히 파악하기

가장 먼저 할 일은 거래처가 기본 모듈(B1–B11)만 요청하는지, 심화 모듈(C1–C9)까지 요청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모르겠다면 거래처에 직접 물어보세요:

“Which module are you requesting — Basic Module only, or also the Comprehensive Module?”

처음 요청이라면 기본 모듈(B1–B11)을 기준으로 준비하면 됩니다.

2

데이터 출처 부서 파악하기

VSME 항목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어서 취합이 어려운 것입니다.

VSME 항목데이터 출처 부서
B1 기본 정보경영지원, 총무
B3 에너지·온실가스총무, 시설관리 (전기·가스 청구서)
B4 오염물질환경안전, 품질
B5 생물다양성총무, 시설관리
B6 수자원총무 (수도 청구서)
B7 폐기물환경안전, 생산
B8–B10 인력인사(HR)
B11 부패·뇌물법무, 경영지원

이 표를 들고 각 부서 담당자에게 미리 협조를 구하세요. 혼자 다 처리하려고 하면 몇 주가 걸립니다.

3

보유 데이터 현황 체크하기

아래 체크리스트로 현재 상황을 점검하세요.

환경 데이터

  • 연간 전기 사용량 (kWh) — 전기 고지서
  • 연간 도시가스 사용량 — 가스 청구서
  • 연간 경유·휘발유 사용량 — 구매 내역
  • 연간 수도 사용량 — 수도 청구서
  • 폐기물 발생량 및 처리 방식 — 폐기물 처리 영수증
  • ISO 14001 등 환경 인증 보유 여부

인력·사회 데이터

  • 전체 임직원 수 (정규직/비정규직)
  • 성별 비율
  • 최근 1년간 산업재해 건수 및 사망자
  • 연간 1인당 교육 시간

지배구조 데이터

  • 최근 3년 부패·뇌물 유죄 판결 이력
없는 데이터가 있어도 괜찮습니다. VSME는 “현재 측정하지 않음”이라고 솔직하게 기재하는 것도 허용합니다.
4

EFRAG 공식 엑셀 템플릿 활용하기

EFRAG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VSME 디지털 템플릿(엑셀 파일)을 활용하면 자동 계산, 드롭다운 메뉴, 일관성 검증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작성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efrag.org 공식 VSME 페이지에서 “Digital Template” 검색
5

제출 전 최종 확인

  • 기재한 데이터의 기준 연도가 통일되어 있는지 확인 (예: 2024년 기준)
  • “해당 없음”으로 표시한 항목이 실제로 해당 없는 것인지 재확인
  • 거래처가 요청한 형식(엑셀, PDF, 포털 입력)에 맞게 준비되었는지 확인

자주 묻는 질문 (FAQ)

Q VSME와 EcoVadis는 어떻게 다른가요?

EcoVadis는 외부 평가 기관이 공급사를 평가하고 점수(메달)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VSME는 공급사가 스스로 데이터를 작성해 거래처에 직접 제출하는 자가보고 방식입니다. 거래처에 따라 EcoVadis 점수를 요구하는 곳도 있고, VSME 보고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으며, 두 가지 모두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데이터를 아직 측정하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하나요?

“현재 측정하지 않음”이라고 솔직하게 기재하고, 향후 측정 계획이 있다면 그것도 적으세요. 없는 데이터를 억지로 만들어 제출하면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기본 모듈과 심화 모듈 중 어느 것부터 해야 하나요?

거래처가 명시하지 않았다면 기본 모듈(B1–B11)부터 시작하세요. 기본 모듈 완성 후 거래처 피드백에 따라 심화 모듈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Q 매년 새로 제출해야 하나요?

VSME는 제출 주기를 법으로 정하지 않지만, 거래처는 매년 갱신된 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체계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입니다.

Q 한국어로 작성해도 되나요?

거래처가 영어를 요구하면 영어로 작성해야 합니다. EFRAG 공식 템플릿은 여러 언어를 지원하지만 한국어 공식 버전은 아직 없습니다. 영어 템플릿을 사용하면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한·영 병기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미리 준비해두면 좋은 것들

VSME 요청이 처음 왔을 때 당황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만 준비해두면 다음 요청이 훨씬 쉬워집니다.

에너지 사용 현황 월별로 기록해두기

전기, 가스, 유류 청구서를 월별로 모아두세요. 연간 합산만 하면 B3 항목이 해결됩니다.

임직원 현황 연 1회 날짜 정해서 정리하기

정규직·비정규직 수, 성별 구성, 산업재해 건수를 연 1회 특정 날짜(예: 매년 1월 첫째 주)에 업데이트하는 루틴을 만드세요.

보유 인증서 목록 한 곳에서 관리하기

ISO 9001, 14001, CE 인증 등 보유 인증서의 발급 기관, 취득일, 유효기간을 한 곳에서 관리하세요. B1 항목에 바로 씁니다. 만료일 알림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